WIPI 의무화 규정 폐지, 모바일 게임계가 술렁인다.


지난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유통되는 휴대폰의 WIPI 지원 의무화 규정(2005년부터 지속)을 폐지할 것을 발표했다. 오는 4월 1일 이후 발매되는 휴대폰은 WIPI 운영체제를 지원하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다. 이에 따라 WIPI 이외의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던 외산 휴대폰들의 국내 도입 장벽도 사라져 국내 휴대폰 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즐겁다
아이폰!! 블랙베리!! +ㅅ+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핵폭탄이 떨어졌다. 표준 운영체제인 WIPI 기반의 애플리케이션만을 개발해오던 국내 개발사들에게 WIPI 의무화 폐지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WIPI


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는 2001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모바일 컨텐츠 플랫폼 통합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또한 표준으로 정해진 플랫폼의 이름이기도 하다.

2001년 이전 3대 이동통신사에서 사용했던 컨텐츠 플랫폼의 수는 5가지로 이동통신사의 수보다도 많았다. 이렇게 분산되어있던 플랫폼이 WIPI 하나로 단일화 되면서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WIPI용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어졌고, 국내 모바일 컨텐츠 시장이 커지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단일 플랫폼’이라는 것은 시장 진입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보호막과도 같았다. WIPI 표준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만 하면 3대 통신사 모두에게 서비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 통신사간의 사정으로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지만, 전혀 다른 플랫폼간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 보다는 훨씬 간단한 일이다.) 이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컴투스, 게임빌과 같은 대형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현재의 위치에 온 데는 WIPI의 힘이 컸다.

컴투스의 2008년 매출액은 316억(추산)에 달한다.




WIPI 의무화 폐지, 그 영향은?

WIPI 의무화가 폐지되면 지금과 같은 단일 플랫폼 시장 구도가 흔들리게 된다. 물론 현재까지 보급된 WIPI 단말기의 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현재 구조가 재편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다양한 운영체제의 경쟁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WIPI 의무화 정책의 본래 취지는 플랫폼을 단일화하여 컨텐츠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육성, 발전 시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WIPI는 본래 취지와는 조금 어긋나 ‘게으른’ 플랫폼이 되고 말았다. 2005년 WIPI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외산 컨텐츠의 국내 진출이 어려워졌고, 그에 따라 개발되는 컨텐츠들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경쟁상대 없이 마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며 파이만 키워온 것이다.

반면 치열한 경쟁을 계속해 온 외산 플랫폼(Symbian, iPhone, Blackberry, Android 등)들은 플랫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 휴대폰은 물론 편리하고 퀄리티 높은 컨텐츠의 수급을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고, 그 결과 또한 고무적이다. 최근에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의 앱 스토어(App Store)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Android Market)이 좋은 반응을 얻어 다양한 컨텐츠들이 대량 공급되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지난 9월 오픈 이후 벌써 10만 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되었다.



컨텐츠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앱 스토어(좌)와 안드로이드 마켓(우)


WIPI 의무화가 폐지되면 외산 휴대폰의 발매는 물론, 매력적인 외산 플랫폼을 도입한 국산 휴대폰 역시 속속 발매되기 시작할 것이고 그에 따라 외산 컨텐츠들의 국내 진출도 가속화 될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 그리고 외산 컨텐츠들의 국내 진출. 지금껏 WIPI라는 틀 안에서 보호되던 컨텐츠 업체들은 이번 일로 한꺼번에 두 개의 커다란 짐을 짊어지게 됐다. ‘단계적 폐지를 생각했는데 한번에 너무 과도한 조치’라는 볼멘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려, 그리고 기회

모바일 게임 시장에도 구조 조정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해외 플랫폼에 손을 대 해외로 게임을 수출하고 있는 대형 업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 업체들이 훨씬 많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WIPI 의무화 폐지는 국내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계의 몰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의 계기로 볼 수도 있다.

EA와 Gameloft 같은 해외 유명 퍼블리셔들이 버티고 있는 외국 모바일 게임 시장.
이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 개방으로 개발사의 역량과 자본력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 되었지만, 오히려 해외 진출의 기회가 커지는 계기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지원하는 운영체제에 적응해낸다면 그 업체의 시장은 국내가 아닌 전 세계가 된다. 또한 해외 진출 이전에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모바일 전문 업체에 비해 풍부한 자본력을 지닌 국내 대형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모바일 본격 진출도 기대된다. 이미 ‘넥슨 모바일’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 넥슨은 물론 엔씨소프트, NHN 등 든든한 개발력과 자본력을 갖춘 업체들이 만드는 ‘작품’들을 모바일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by 파랑이 | 2009/01/15 18:14 | 게임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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