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노비보이, 이것은 흔한「게임」이 아닙니다





     이것은 흔한「게임」이 아닙니다.
     아무나 플레이 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아닙니다.
     지금은 좀 내용을 설명 드리기가 곤란해 생략하겠습니다.
     어떤 영상일지 궁금하신 분은 직접 잡지와 인터넷에서 찾아봐 주세요.
     어쩌면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도 모르게 영상에 빠져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깜짝 놀랄 테마가 준비되어 있지만, 자세한 건 비밀입니다.
     내용문의는 삼가 주세요.
     구입 후의 클레임은 일체사절입니다.

     -출시 전 디렉터 코멘트(진짜)-





‘괴혼’의 개발자 타카하시 케이타, ‘노비노비보이’로 컴백

덩어리를 데굴데굴 굴려 주변의 사물들을 죄다 붙여 버리는 게임을 본 적 있는가? 태양계의 행성까지도 붙여버리는 우주적 스케일을 가진 그 게임의 제목은 ‘괴혼’. 필자 개인적으로는 21세기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게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작품이다.

장르명 ‘로맨틱접착액션’. 푸훗


그 괴혼의 아버지인 타카하시 케이타의 신작 ‘노비노비보이’가 2월 19일 PSN Store에 공개되었다(전 세계 동시 발매, 한글화, 7,500원).

발매 전, 노비노비보이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2007년엔 컨셉 동영상이 공개되었지만 알 수 있었던 것은 ‘보이’가 늘어난다(노비노비)는 것뿐, 그 ‘보이’로 무엇을 할 수 있고 게임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동영상 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디렉터 마저 ‘이것은 흔한 「게임」이 아니며,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의 팬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상상을 부풀리며 출시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2008년 동경게임쇼에서는 이런 영상으로 낚시를 하기도 했다.



첫 인상, ‘정체불명’

개발자 코멘트대로, 노비노비보이는 기존의 게임과는 많이 달랐다. 왼쪽 스틱으로는 머리를, 오른쪽 스틱으로는 꼬리를 움직일 수 있고, 몸을 길게 늘이거나 점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는 게임의 목적이 뭔지 알 길이 없다. 튜토리얼을 담당하는 요정(페어리 라고 한다)조차 ‘그것뿐이지만 그럭저럭 재미있다’는 말을 할 뿐이다

야 -_-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걸’ 에게 길이를 보낸다는 것뿐. 하지만 ‘걸’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보이지도 않는다. 정체불명의 그녀에게 길이를 보내는 것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대체 뭔가 ‘길이를 보낸다’는 것이!!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단 말이다!!

카메라를 움직여 지구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그러자 엄청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런걸 보고 ‘충격과 공포’라고 하는 게지


저 지구에 붙어있는 분홍색 물체가 아마도 ‘걸’이라고 하는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북극을 뚫고 지구 안쪽을 들여다 보고 있는 저 녀석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보다 이 월드는 대체 뭔가? 지구 안은 텅 비어있고 그 안엔 사각형의 자그마한 땅과 약간의 생명체와 공 따위가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보이’가 되어 몸을 늘리고 기어 다닌다.

도무지 알 수 없다. 대체 이 게임은 뭐란 말인가???


‘걸’에게 길이를 보내 보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보자. 우선은 ‘걸’에게 길이를 보내보는 거다. 그러면 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어차피 할 수 있는 것도 그것뿐이니 할 수 밖에 없다. 이 게임은 내가 30분 전에 7,500원이나 내고 산 것이니 말이다.

매뉴얼을 통해 ‘걸’을 만나는 법을 확인한다(게임 컨셉과 조작법이 독특하다 보니 초반에는 매뉴얼을 자주 참조하게 된다. Select버튼을 누르면 매뉴얼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러자 아까 지구를 들여다보고 있던 녀석의 얼굴이 나타난다.

‘걸’을 만나는 메뉴


그 녀석의 정체는 바로 ‘해님’이란다. 해님이 지구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이 월드의 아스트랄한 세계관에 대해서는 체념한 상태이므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우선은 ‘걸’에게 거리를 보내보자. 다행히 버튼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거리를 보낼 수 있었다.

‘걸’에게 길이를 보내다


내가 보낸 거리는 1,128m. 그녀의 길이는 800만m를 넘어선 상태였다.

…800만m라고?!!!!

매뉴얼과 메뉴 여기저기를 뒤적거린 끝에 이 세상에 ‘보이’는 나 하나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전 세계의 ‘노비노비보이’ 구매자가 모두 ‘보이’인 것이다. 그 ‘보이’들이 ‘걸’에게 거리를 보내고, 걸의 길이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길이가 늘어나서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명확한 ‘역할’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나는 총 4,500m 정도의 거리를 ‘걸’에게 보낸 뒤 잠을 청했다.

다른 ‘보이’들과 친구를 맺을 수도 있는 모양이다




사이 좋게 지내기 위해서

플레이 이틀 째, 튜토리얼 요정이 ‘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걸’의 목표는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하나로 잇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 계속해서 몸의 길이를 늘이고 있는 것이란다. 걸의 길이는 전 세계의 ‘보이’들이 힘을 합쳐 걸에게 보내는 것으로 길어진다. 그건 어제 깨달은 것이고, 어째서 ‘걸’은 태양계를 하나로 잇고 싶은 걸까?

…그런 거야?
(사진을 못 찍어서 발합성을 좀..-ㅅ-)


사이 좋게 지내기 위해서라니, 그런 건 짐작도 하지 못했다. 우주 정복을 위한 첫 걸음으로 태양계 정벌에 나섰다거나 그런 게 아니었단 말인가? 진정한 아스트랄(별의, 별나라의)이다. 그것도 아주 귀엽고 아름다운 아스트랄이다.

튜토리얼 요정은 현재 ‘걸’의 길이가 8,000만m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 달까지 가려면 멀었다’고 첨언했다. 아마도 달이 첫 번째 목적지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선은 ‘걸’이 달에 닿을 수 있도록 길이를 보내줘야 한다. 모두가 사이 좋게 지내기 위해서라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그런데 달 까지는 얼마나 먼 거지?


(오늘 점 참 많이 찍는다)


38만 4400km, 미터로 환산하면 3억 8440만 미터. 엄청난 거리다. 앞으로 3억 미터도 더 남았다. 과연 언제쯤 달에 닿을 수 있을까?


목표는 정해졌다

뒤늦게 찾아본 발매 전 디렉터 인터뷰에서는 이 게임의 앞으로에 대한 중요한 코멘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걸’이 태양계의 어떤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새로운 지역이 언락 되어 그 곳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아직 그 ‘새로운 지역’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로소 게임의 목표는 명확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 21일 현재 ‘걸’의 길이는 1억 5천만m. 지구에서 달까지의 약 40%정도 지점에 있다. 그리고 계산 상 다음 주 월요일(23일) 정도가 되면 전 세계의 ‘보이’들은 달에 도착한 ‘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길이를 모으는 동안의 재미’에 대해 제시해 주는 것이다.

앞서 게임의 컨셉과 목표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 하느라 게임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인 ‘플레이’의 재미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못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게임 초반에는 게임 자체의 ‘기묘함’에 매료되어 플레이의 재미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노비노비보이’의 플레이를 짧게 표현해 보면 이렇다.


‘지루한 자유로움’


실로 그렇다. 플레이어는 ‘보이’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다. 자그마한 월드 안을 돌아다니며 공, 동물, 사람 같은 것들을 집어삼킬 수 있고, 뱀처럼 늘어나 오브젝트들을 칭칭 휘감을 수도 있다. 점프 버튼을 연타해 드래곤볼에 나오는 ‘신룡’ 처럼 공중을 날 수도 있고 말이다.


‘보이’를 가지고 노는 방법
게임 내에서 동영상을 촬영 후 Youtube에 올릴 수 있다
그건 좀 멋지다 ‘ㅁ’!

하지만 뭔가 부족함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몸을 길게 늘이고 기어 다니는 행동 외의 다른 행동들은 ‘걸’에게 보내는 길이를 늘이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오브젝트를 집어삼키는 것 보다는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먼 거리를 기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자유롭게 이것저것 해볼 수 있지만 그 행동들은 게임의 목표와는 큰 연관이 없으며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면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루함을 리프레쉬 할 수 있는 요소로는 ‘이사’가 있다. 집에 들어가 ‘이사 가기’를 선택하면 월드의 사이즈와 컨셉이 바뀐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늘이고 휘감고 집어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곧 질린다. 월드의 컨셉 변화는 거의 외형과 연출 정도일 뿐, 플레이가 극적으로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랭킹 시스템으로 승부욕(?)을 자극하는 정도의 시스템은 있다.
10만 등까지 보여준다.
아, 하트 무늬의 기둥은 ‘걸’의 몸통이다. (;;)




여전히 정체불명

아직은 ‘달에 닿겠다’는 목표가 굉장히 커서 플레이가 다소 지루한 점은 참아 넘길 수 있다. 그리고 나 말고도 전 세계에 퍼져있는 14만 명의 ‘보이’들이(2월 21일 기준) ‘걸’을 달에 보내려고 할 것이므로 나는 가끔 게임에 들어가 걸의 상태를 확인하기만 해도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루함’의 문제는 의외로 크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이 게임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열쇠는 곧 밝혀질 ‘달’의 추가 컨텐츠이다. ‘걸’이 달에 닿았을 때 월드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면 전 세계의 ‘보이’들은 고무될 것이고, 아마도 다음 목적지일 화성에 닿기 위해 다시금 지루함을 감내할 것이다. 물론 극적인 변화에 의해 지루함이 해소되는 엄청나게 바람직한 현상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말이다.


디렉터는 인터뷰에서 ‘말로 정의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재미있어서 그만둘 수 없다는 리액션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한 절반 정도 이루어진 듯 하다.

앞서 ‘지루하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최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실제로는 ‘보이’의 흥미로운 움직임에 매료되어 한 번에 한 시간 정도는 너끈히 즐기고 있는 것이 필자이다. 거기에 더해 달 까지 약 2주 정도 걸릴 것이라는 개발팀의 예상과는 달리 발매 이틀 만에 40%에 달하는 거리만큼 와버렸다는 것은, 개발팀의 예상보다 사람들이 지루함을 덜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 물론 판매량이 예상보다 한참 많았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괴혼’에서의 경험 때문에 막연한 믿음이 생기기는 하지만, 노비노비보이는 아직도 정체불명의 게임이다. 과연 이 게임은 괴혼의 대를 잇는 희대의 명작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냥 7,500원짜리 괴작으로 남을 것인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조각가 출신의 디렉터가 만든 새로운 작품에 또 한번 기대를 걸어 본다.


※ 앞으로 ‘걸’이 태양계의 특정 지점에 도달할 때 마다, 그리고 뭔가 이슈가 생길 때마다 포스팅할 계획이다. 물론 그 이슈가 별볼일 없어지거나 내가 이 게임에 흥미를 잃게 된다면 그만 둘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분은 아래 링크된 노비노비보이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해보길 권한다. ‘걸’의 새로운 길이가 하루 세 번 업데이트 되며, 전 세계 ‘보이’들의 수 등도 알 수 있다.

http://o--o.jp(주소 한 번 기똥차다)


by 파랑이 | 2009/02/23 10:19 | 게임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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